기업 오너들이 보유주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빌려가는 주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그룹사 총수들도 오랜 기간 담보대출을 쓰는 경우가 상당하다. 일부 오너들은 연간 수십억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대 그룹 오너들 주식담보대출 적잖아=대한전선 외에도 오너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있는 기업이 적잖다.
주요기업 그룹 오너들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천억원 이상의 주식담보대출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투자용도로 쓰인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계열사를 신설하는 과정에 지분을 참여하거나 그룹 유상증자에 들어가기 위한 것 등 사업과 관련한 것이 많았다.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사장 등 오리온그룹 총수내외는 현재 SC제일은행과 총 66만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고 있다. 시가로 계산한 담보가치만 2550억원 규모다.
박명구 금호전기 부회장도 총 250억원 가량의 주식을 금융권 담보로 맡기고 있으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화재, 동부증권, 동부CNI, 동부제철,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등 상장기업 주식 1292만주가 담보로 묶여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원대 자산을 매각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인 티이씨리딩스(옛 삼양금속)과 설윤석 부사장은 금융권에 총 2422만주의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있다.
설 부사장은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첫째 아들로 대한전선 의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증자참여 등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설 부사장의 대출 규모는 200억~450억원, 티이씨리딩스는 400억~800억원, 연간 10억~30억원의 이자부담을 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올 들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오너들은 숱하게 많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 이동윤 세하회장, 최석배 배명금속 회장, 장준근 나노엔텍 사장,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대표,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일가, 조창걸 한샘회장 일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곽노권 한미반도체 회장, 허일섭 녹십자 회장, 김익래 다우회장, 이재현 CJ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구자원 LIG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김정완 매일유업 대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이재웅 다음회장 모친(박은숙씨),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등이다.
지주회사도 마찬가지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 지주사인 골든브릿지의 지분율이 44.6%(2176만주)이나, 지분 전량이 주식담보대출에 묶여있다. 골든브릿지는 제일저축은행 3000만주, 농협 789만주 등 총 5곳 금융기관과 335억원 가량의 주식담보대출 약정을 맺는 대신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주식을 전량 주식담보로 제공했다.
횡령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오종택 인선이엔티 최대주주는 1107만주(32.4%)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 가운데 811만주가 주식담보대출과 관련해 질권이 설정돼 있다.
◇세금 낼 돈 없어 주식 맡기기도=세금부담 때문에 주식을 담보로 맡긴 사례도 적잖다.
허제홍 새로닉스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달 말 부친인 허전수 전 대표이사에게 회사를 물려받으며 194만주의 회사 주식을 세무서에 연부연납 담보로 잡혔다. 상속, 증여에서 발생한 세금을 매년 나눠 납부하기로 하고 보유주식을 담보로 맡긴 것이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1.46%(143만주)를 무상 증여받아 최대주주가 된 전병현 윌비스 사장도 60만주를 용인세무서에 담보로 맡겼다. 허 대표와 마찬가지로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한 것이다.
2008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한국선재 최대주주인 이제훈 대표도 증여세 10억원을 납부하기 위해 이명훈 회장에게 증여받은 주식 가운데 25만주 가량을 수영세무서에 담보로 냈다.
오픈베이스의 최대주주인 정진섭씨는 올 하반기 상속세 연부연납과 다른 사업을 위해 마포세무서와 송파세무서 등에 총 408만주를 담보로 잡혔다.